아랍인의 삶 이해하기

프로젝트 때문에 중동에 갈 일이 잦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랍인들의 문화에 녹아들었습니다. 양고기도 잘 먹고, 아랍어 인사도 익히고, 인샬라 문화에도 익숙해졌지요. 

이 지면을 통해 한국인이 오해할 만한, 내가 경험한 아랍인들의 삶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중동은 열사의 땅

1. 중동은 열사의 땅, 덥다?

덥기는 합니다. 여름에는 50도가 넘는 날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딱 5개월 정도만 덥고 나머지 7개월은 야외에서 활동하기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더운 여름에는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는데, 실내 온도는 거의 20도 아래를 유지할 때가 많습니다. UAE에서 근무할 땐 한여름에 조끼나 패딩을 입고 일해야 할만큼 냉방이 잘 되었습니다. 가스나 오일 같은 에너지 걱정이 없어서 일까요?

골프를 즐겼던 나로서는 중동이 생활하기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골프를 치려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데, 그 중에서 날씨도 한 몫 합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장마에, 강풍에 이것 저것 빼고 나면 화창하고 맑은 날이 2~3개월 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중동은 항상 화창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 거의 없으니 말이죠. 굳이 일기예보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내일도 맑을 테니…

2. 때론 폭우도 쏟아진다

항상 맑다며… 그런데 웬 폭우?

가끔 아주 가끔 비가 옵니다. 한번 올 때는 퍼 붇기도 하죠.

이럴때는 도로가 마비되고 학교는 대부분 쉬고 저 지대 지역은 물에 잠기게 마련입니다. 옛날에 지어진 건물들은 배수를 하지 않은 터라(요즘은 나아졌지만) 비가 오는 대로 물은 저지대로 흘러서 고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중고차 시장에 침수된 차가 자주 등장합니다.

반면, 아랍인들은 비 오는 것이 축복이라 여기기 때문에 이 때를 즐기는 것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문화인 듯합니다. 가끔 소나기라도 내리면 옷을 입은 채로 밖으로 뛰쳐나와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함박 웃음을 짓기도 하죠.

3. 중동에 가면 술을 못 마신다

이 말도 틀렸습니다. UAE근무 당시 저는 서울에서 마시는 술의 양보다 더 많이 마셨습니다.

호텔마다 각종 술이 허용되어 있고, 셀러(공식 술 판매장소)에는 세계 각국의 술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요즘은 흔해졌지만 당시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던 고급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겼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물론 몇몇 국가는 음주 자체를 엄격하게 규율 하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 있더군요.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곳이 꽤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4. 돼지고기는 못 먹는다

두바이에 가면 여기가 진정한 국제 도시임을 느낍니다.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정착 초기에는 거점마다 세워진 Mall에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 구경하러 갔던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국적 용광로라고 할까요?

중동은(특히 UAE) 대부분 현지인의 인구 수가 적어서 타 국적 사람들이 와서 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위해서 대형 마트마다 따로 코너를 마련해서 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많습니다. 각 부위 별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죠.

5. 중동은 테러로 안전하지 못하다

살면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다녀 본 아랍권 국가는 다 안전했습니다. 극히 일부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예멘 등)는 빼고요. 어쩌면 서울보다 안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서울, 이곳은 세계인들의 눈에 몇 Km밖에서 탄도 미사일을 수시로 쏴 대는 곳이잖아요. 만나본 외국인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6. 4명의 부인가 살며 결혼이 자유롭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한 남자가 4명의 부인을 둘 수는 있지만, 요즘은 일부 일처제가 대세입니다. 같이 근무하는 아랍 직원들은 모두 한 명의 부인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제일 크다고 합니다. 모든 부인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하니까요.

다수의 부인을 두더라도 첫째 부인은 주로 가문과 가문이 맺어지는 정략 결혼을 하고, 둘째 부인부터 본인이 원하는 여성과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혼 문화도 특이해서 남자가 3번 이혼하자고 외치면 이혼이 결정된다고 아랍 친구가 말해 주더군요.

7. 장례는 신속히

일단 사고사가 아닌 이상(부검이 필요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랍인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만 하루 안에 공동 묘지 또는 가족 묘지에 안장합니다. 시신을 하얀 천에 싸서 얼굴을 메카로 향하게 하여 그대로 땅에 묻습니다. 이것이 빠르게 알라의 곁으로 가는 영원한 천국으로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병원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장례식장이 없습니다.

오늘은 아랍인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